찌뿌드드한 봄을 더 신나고 즐겁게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야외로 이끈다. 그러나 그곳에서 제대로 놀 줄 아는 가족은 드물다. 봄날 야외 활동의 신명과 재미를 북돋아줄 레저 용품을 소개한다.

[77호] 2009년 02월 28일 (토) 00:25:24 오윤현 기자 noma@sisain.co.kr


봄의 따스한 햇살과 연둣빛 신록의 ‘황홀한 칵테일’은 찌뿌드드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야외로 이끈다. 봄나들이에서 문제는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서 ‘무엇을 즐기느냐’ 하는 것이다. 따분한 야외 활동을 더 가치 있고 즐겁게 만들어줄 ‘도우미’들을 2009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코엑스)에서 만났다.


파이어스틸.

아웃도어 식기 세트.
비오는 날 더 빛나는 부싯돌
혹시 야외에서 라이터나 성냥이 없어서 고생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스웨덴 국방부 군납용으로 개발한 ‘파이어스틸’(부싯돌)을 주목하라. 부싯돌은 금속 막대와 금속조각을 마찰해 불을 붙이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000℃의 스파크를 일으켜 불을 만들어낸다. 소량의 불쏘시개(마른 풀이나 종이)를 놓고 금속조각으로 금속 막대를 긁어내리면 신기하게 섬광이 일어나며 불똥이 튀면서 불이 타오른다. 섬광 스파크는 야간 조난 시 비상 신호로 활용할 수도 있는데,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3000~1만2000번 섬광을 발한다.

아웃도어 ‘식기 세트’는 재질이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져 가볍고 단단하며 불에도 강하다. 게다가 환경친화적이어서 피크닉 바구니로, 도시락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또 전자레인지 안에서도 녹아 흘러내리거나 오그라들지 않는다. 삼각 그릇 두 개, 300cc 머그컵 하나, 거름채 겸용 도마 하나, 스포크(포크 겸용 숟가락) 하나, 작은 방수 상자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파이어스틸과 마찬가지로 스웨덴 ‘LIGHT MY FIRE’ 제품이다. cityhands.com


ⓒ후지타카약 제공
카약 전문가들은 국내에도 한강·청평호·바다 등 탈 곳이 많다고 말한다.

카약은 빠르고 안전하고 가볍다. 또 분해·조립이 가능해 이동하기 편리하다.
‘수영 황제’처럼 날렵하게
갸름하고 미끈한 데다 물속을 상어처럼 질주한다. ‘수영 황제’ 펠프스 이야기가 아니다. 분해·조립이 가능한 후지타카약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카약의 장점은 가볍고 빠르고 안전하고 조작이 간편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술만 익히면 누구나 20분 안팎에 4~5m짜리 카약을 뚝딱 조립해낼 수 있다.
길에서 보는 세상과 10층짜리 건물 옥상에서 보는 세상은 사뭇 다르다. 카약에 앉아서 바라보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카약에서 올려다보는 가파른 절벽과, 드넓은 바다 위에서 건너다보는 세상과, 원시의 흔적이 남아 있는 수면에서 내려다보는 늪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경이롭다. 엔화가 올라 가격이 좀 비싼 게 흠인데, 그것만 극복할 수 있다면 카약 타고 고고! cafe.daum.net/fujitakayak


ⓒ시사IN 백승기
볼로볼은 줄이 달린 공을 던지는 놀이다.

ⓒ시사IN 백승기
패드민턴은 탁구와 배드민턴을 결합했다.
볼로볼은 뭐고, 핸들러는 또 뭐야
‘볼로볼(bolloball)’을 처음 보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일단 외양은 3단짜리 자그마한 철봉과 비슷하다. 그런데 크기로 보나 형태로 보나 절대 매달리는 기구가 아니다. 몸을 뒤로 젖히고 좌우로 걸쳐놓은 나무 밑을 통과하는 림보 게임용 기기는 더더욱 아닌 듯. 그렇다면? 비밀은 20cm쯤 되는 줄 양쪽에 매달린 빨간 고무공을 보는 순간 풀린다. 거리를 두고 3단짜리 ‘철봉’을 향해 그 공을 던지자 신기하게도 철봉에 척 감긴다. 게임 방법은 간단하다. 맨 위에 공이 걸리면 3점, 그 아래에 걸리면 2점, 맨 아래에 걸리면 1점으로 계산하면 된다. 인지 능력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뉴스포츠산업 박석규 본부장의 주장.

볼로볼과는 달리 탁구채처럼 생긴 ‘핸들러’는 겉모습만 봐도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금세 알 수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배드민턴과 탁구의 결합체. 그래서 핸들러라는 이름 대신 ‘패드민턴’이라 부르기도 한다. 공은 가벼운 셔틀콕을 쓴다. 라켓이 짧고 공이 잘 튀지 않아서 실내에서도 셔틀콕 주고받기가 가능하다. 물론 단식·복식 게임도 가능하다. 실내에서 온 가족이 30분 정도 즐기면 몸도 가족애도 훈훈해진다고. www.newsports.co.kr에 접속하면 이 외에도 스포찬·미몽이·샤플보드·츄크볼·카롤링·인디아카같이 이름도, 경기 방식도 희한한 스포츠를 더욱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시사IN 백승기
극세사로 만든 캠팩 타올.
호호할머니 뺨치는 수건의 ‘변신’
컴팩 타올의 크기가 작다고 우습게 보면 곤란하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망에서 꺼내는 순간 마술 보자기처럼 10배 정도 커진다. 게다가 초극세사(머리카락의 100분의 1 굵기보다 작은 실)로 만들어 호호할머니처럼 쑥쑥 늘어났다가 쏙쏙 오그라든다. 흡수력이 좋아 땀과 먼지를 쉽게 빨아들이고 모공의 이물질까지 제거한다. 항균 작용도 뛰어나 곰팡이나 세균이 얼씬도 못한다. 건조력도 일반 수건의 두 배나 되어, 손으로 짜는 순간 수분이 90%쯤 제거된다. 뛰어난 내구성과 유연성도 장점. “그 덕에 배낭에 매달아 쓸 수 있고, 수명도 일반 수건보다 대여섯 배나 된다”라고 나스켐(www.naschem.co.kr)의 채원엽 차장은 말했다.


ⓒ시사IN 백승기
MP3 방수 팩(맨 위) 덕에 수영을 하면서 음악을 듣게 됐다.
수영하면서 음악을 듣는다고?
누군가 “수영을 하며 소녀시대의 Gee를 듣기도 하고, 게임도 한다”라고 말하면 믿겠는가?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다. MP3 방수 팩 덕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우선 기기를 투명한 방수 봉지에 넣고 방수용 이어폰을 연결한다. 그런 다음 LCD 창을 보며 음악을 틀고 이어폰을 귀에 꽂기만 하면 된다. 더 놀라운 것은 진동으로 음악을 듣는 덕에 고막의 스트레스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디지털카메라용 디카팩, 캠코더 카메라용 컴팩, 휴대전화용 모바일팩, PSP (이동용 게임기)용 PSP팩 등도 있다. 진화하는 방수 기술 덕에 이제는 물속에서 수영뿐만 아니라 게임도 하고 텔레비전도 보고 전화도 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www.dicapac.com


ⓒ시사IN 백승기
각종 비상 약품 100개가 들어 있는 팀닥터플러스.
들고 다니는 응급실
가로×세로 20cm쯤 되는 백에 물건을 넣는다면 몇 가지나 넣을 수 있을까. 놀라지 마시라. ‘팀닥터플러스’ 구급낭에는 가위, 핀셋, 일회용 밴드, 방수 밴드, 멸균 안대, 연반창고, 삼각건, 멸균 거즈, 외상 패드, 붕대, 면봉, 멸균 물티슈, 멸균 위생장갑, 아이스 팩, 보온 팩, 응급처치 가이드북 등 30여 가지 100개 이상이 들어 있다. 이 정도 비상 약품이면 뱀이나 벌레에 물렸을 때, 경련이 일어날 때, 고열에 시달릴 때에도 의연히 대처할 수 있다(물론 정도가 심하면 얼른 병원에 가야 한다). 그야말로 들고 다니는 응급실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팀닥터플러스 외에도 의약품 수는 적지만 배낭에 매달 수 있어 편리한 팝플러스 구급낭, 가정용 프리미엄플러스 구급낭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www.next safe.com


ⓒ시사IN 백승기
손발로 운행하는 자전거. 여느 자전거에 비해 재미와 연비가 뛰어나다.
연비 뛰어난 ‘손발 자전거’
자전거의 변신이 놀랍다. 발뿐만 아니라 손으로 밀고 당기고 구르자 부드럽게 앞으로 구른다. 안장도 특이하다. 삼각형 안장이 있는가 하면, 휠체어 의자 같은 안장, 사무용 의자 같은 안장도 있다. 위치도 제각각이다. 심지어 핸들 앞에 달린 안장도 있다.
이 희한한 자전거들은 모두 사업가 최진만 스카이휘 대표가 발명했다. “손발로 가는 자전거는 모든 발명가의 꿈이다. 10여 년 고생 끝에 그것을 만들었다”라고 최 대표는 말했다. 그 덕에 스카이휠의 자전거는 연비(주행 효율)가 매우 뛰어나다. 덕분에 사고로 다리를 잃은 사람, 팔이나 손에 장애가 있는 사람, 기운이 없어 페달을 구르지 못하는 노약자들도 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재활 치료용으로도 적합하다”라고 최 대표는 덧붙였다. 자전거 타기의 미덕은 온몸을 엔진 삼아 달리면서 자신과 길 그리고 풍경이 하나가 된다는 점이다. 봄은 그 미덕을 경험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www.skywheel.kr


ⓒ시사IN 백승기
뒤뚱거리면서 날개 편 독수리처럼 재빠르게 이동하는 이글라이더.
뒤뚱뒤뚱 달리는 ‘독수리’
날개를 편 독수리처럼 생겼다 해서 이글라이더(Eaglider)라는 우아한 이름을 얻었다(그러나 기자가 보기에는 어쭙잖게 날개를 편 닭 같아 보였다). 휠 스케이트보드에 스테퍼(걷기)와 트위스트(좌우 비틀기) 기능을 효율적으로 접목하고, 바퀴 네 개가 마름모꼴로 달려 회전과 전진이 자유롭다. 주행 방법은 독특하다. 일단 다른 보드와 달리 ‘전방 주행’이 가능하다. 속도감도 빠르다. 두 발을 올려놓고 좌우로 흔들면 처음에는 뒤뚱거리다가, 어느 순간 영화 <치킨 런>에서 암탉 진저가 악독한 트위드 아줌마에게 쫓겨 달아나듯이 빠르게 내달린다. 거취대를 따로 구입하면 실내에서도 탈 수 있다. “거취대에 바퀴를 고정해놓고, 그 위에서 트위스트 동작도 취하고 스텝도 밟다 보면 몸이 건강하고 날씬해진다”라고 휴머닉(www.eaglider.com)의 이현기 부장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