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체육 살리기 캠페인] "운동하면 대뇌 활동력 20% 증가...공부에 도움"




리더십-팀워크-배려는 학교에서…



　청소년 비만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학교 체육수업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 학교수업은 입시 등 현실적인 문제로 개별성과 다양성을 무시한 단순 기능 습득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에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져 체육수업 자체가 유명무실한 형편이다. 이는 청소년들의 체력 약화로 이어지고 리더십 및 팀워크 부족, 공동체 생활에서 꼭 필요한 사회성 결여라는 문제를 낳고 있다.

　1등 신문 스포츠조선은 이런 왜곡된 청소년 체육교육 현실을 진단하고 그 해법을 제시한다. 또 교육과학기술부 및 지방자치단체, 각종 체육단체와 연계한 '학교체육 살리기 캠페인'을 통해 건강한 학교 체육교육 기반 마련에 적극 앞장선다.

　이를 위해 체육 교육 전문가의 진단과 함께 다양한 체육프로그램, 현장 교사들의 사례를 소개하는 등 향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학교체육진흥위원회 안양옥 위원장(서울교대 교수)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향후 유아체육과 초중등학교, 그리고 특수학교 체육수업의 변화와 발전방향 등을 순차적으로 지면에 소개한다.

　< 편집자주>

　*현직 체육교사들의 투고도 받습니다. 스포츠조선 기획취재팀 '학교체육 살리기 캠페인' 담당자 또는 이메일(pnt@sportschosun.com)로 보내주시면 관련 기사와 함께 지면에 게재합니다.
안양옥 교과부-문체부 학교체육진흥위원장 인터뷰
체육은 교육의 근본…지적성장과 50대50 밸런스 이뤄야
성장기때 체력 못기르면 30대 이후 써먹을 에너지 고갈


◇서울 대림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체육시간에 최근 인기있는 킨볼게임을 하고 있다. 킨볼은 지름 1m22에 무게 1kg 정도의 크고 가벼운 공을 갖고 하는 게임으로, 3개팀으로 나뉘어 팔과 상체를 이용해 공을 치고 상대는 공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잡아 다시 공격을 하는 게임이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학교체육진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양옥 서울교대 교수가 무너져 가는 학교 체육의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찬일 기자 hongil@sportschosun.com>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체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어요. 학교 체육의 붕괴가 가져온 대재앙입니다."

　교과부-문체부 학교체육진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양옥 서울교대 교수(53)는 학교 체육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체육이 한낱 놀이로 취급받는 현실, 턱없이 부족한 성장기 아이들의 체력단련 기회, 아이들의 건강은 뒤로한 채 끝없이 학원으로 내모는 부모들의 극한적 경쟁주의 사고가 못내 안타깝다.

　학교 체육 살리기에 소매 걷어붙인 그를 만나 여러 문제점과 해결책 등을 폭넓게 들어봤다.

　-학교 체육이 크게 흔들리면서 사회적 문제로 심화되고 있는데요.

　▶인간의 교육은 애당초 지-덕-체가 균형을 이룬 채 흘러 왔습니다. 지육, 덕육, 체육의 비중이 똑같이 3분의 1씩이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체육이 지식교육에 밀려 하나의 과목으로 전락하면서 교육적 기능이 약화하기 시작한 거죠. 초등학교 교과목이 국-산-사-자-음-미-체로 나뉘면서 비중이 7분의 1로 줄더니 영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부터는 그나마도 9분의 1, 10분의 1로 축소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체육이 교육의 근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면서 생긴 현상이에요. 우선 학부모들부터가 체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요. 공부만 하고 학원에만 가면 되는 줄 아는 거죠. 정상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적 성장과 신체적 성장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그 밸런스가 깨진 지는 이미 오랩니다. 특히 현대에 들어서는 자동화로 인해 운동량이 절대로 부족하죠. 그걸 성장기에 갖춰 줘야 하거든요. 영양의 과다 섭취로 체격은 커지는데 운동 부족으로 체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잖습니까. 사실 체육의 중요성을 애써 강조할 필요도 없어요. 소크라테스가 체육선생이었고, 그의 제자 플라톤이 레슬링 선수였다는 사실만 떠올려 봐도 알잖아요.

　-많은 학부모가 국-영-수만으로도 바쁜데 무슨 체육이냐고 하거든요.

　▶그게 문제입니다. 물론 아이 인생이 결정되는 지적 교육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성장기에 체력을 길러주지 않으면 30대 이후 쇠퇴기에 써먹을 에너지가 없잖습니까. 그래서 건강 유지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겁니다. 초등학생은 강제성을 띠더라도 성장을 받쳐줄 체력을 길러줘야 합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자발적인 운동을 유도하더라도요.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을 보십시오. 초등학생은 매일 체육을 하잖아요. 30분씩을 하더라도 말입니다.

　-체육의 비중을 얼마나 둬야 할까요.

　▶2~3세 유아의 신체 활동시간은 전체의 80％에 이르고, 4~5세는 70％, 6~7세는 60％에 달합니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저학년은 적어도 지육과 체육의 비율을 반반으로 놓는 게 좋습니다. 그저 아이들은 많이 뛰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체육을 교육으로 보지 않고 무의미하게 노는 걸로 인식하죠. 지식 축적과 체력 축적을 같은 논리로 바라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수업시간으로 따진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합니까.

　▶현재 초등학교 체육수업은 학년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1주일에 3시간입니다. 중학교 2학년까지 3시간이 유지되다가 3학년이 되면서 2시간으로 줄어 고1까지 이어지죠. 한데 고2부터는 선택이에요. 기가 막힐 노릇이죠. 아이들의 체력과 건강을 좌우하는 체육이 선택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바꿔야 합니다. 체육수업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초등학교는 5-4-3을 권합니다. 1~2학년은 5시간, 3~4학년은 4시간, 5~6학년은 3시간을 하는 거죠. 주 5일제 수업을 기준으로 할 때 1~2학년은 매일 체육을 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가능하다면 3~4학년도 그렇게 해야 하고요. 중3도 3시간으로 늘리는 게 좋죠. 고2~3학년은 2시간을 기본으로 하되 1시간은 필수로 하고, 나머지 1시간은 방과 후 클럽활동을 하게 하는 거죠.

　-하지만, 입시에 목숨 거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누가 그렇게 할까요.

　▶제가 지금 그렇게 하고 있잖습니까. 제가 서울 상문고 이사장이거든요. 작년 12월에 교과부로부터 '공부하는 학생선수 시범학교'로 지정되면서 축구부를 창단했습니다. 1군-2군 두 팀을 만들었는데 시스템이 특이해요. 축구 실력으로 1군-2군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성적으로 합니다. 기준은 자기 성적이에요. 성적이 떨어지면 2군으로 강등되고, 오르면 1군으로 승격하는 겁니다. 1군에서 뛰고 싶다면 공부 안 하면 안 되겠죠. 지금 1군에는 전교 1등도 있고, 전교 50등도 있습니다. 정규 수업을 마치고 두 시간 정도 운동하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2시간 운동한다고 성적 안 떨어집니다. 운동하면 대뇌 활성화 능력이 20％ 상승해 오히려 공부에 도움이 되죠.

　-일선 학교장에게 부여된 수업 재량권도 체육 교육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맞습니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교육 과정이 개정되면서 예체능을 분리해 음악-미술은 예술로 묶고, 체육은 별도로 존립시켰어요. 그런데 학교장에게 20％에 이르는 수업 재량권이 주어지면서 학부모의 요구와 맞물려 국영수로 편중되는 실정입니다. 국영수에 비중을 두려다 보니 줄이는 과목 0순위가 체육이 되어버린 거죠. 그러잖아도 줄어든 시간이 더 줄고, 더불어 체육교사 자리까지 줄고 있습니다. 예체능 활성화를 위해 부여한 재량권이 도리어 예체능을 죽이는 기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재량권 행사는 국영수나 지식교육 안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체육은 적정 시간 강제 이수가 필요하죠. 그래야 영어 단어 하나에 급급한 학부모의 압력으로부터도 자유로울 테니까요.

　-그렇다면 학교 체육의 내용적인 측면은 어떤가요.

　▶축구, 배구, 농구 등등 모든 걸 가르치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체력과 운동능력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체력은 신체의 근본적인 능력을 말하는 것이고, 운동능력은 기술을 의미하는 겁니다. 바로 그 운동능력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선수가 아닌 다음에야 운동능력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체력이 필요합니다. 많이 뛰면서 잠재적 에너지를 비축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개인적, 사회적 효율성을 갖출 수 있게 됩니다.

　< 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